존속 상해, 소년원 송치 대신 가정보호처분으로 끝냈습니다

그날 새벽, 경찰이 집에 들어왔을 때 저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목에서 피가 났고, 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남편을 들것에 실어 나가는 동안 저는 어떤 말도 못 했습니다. 아이를 안아야 하는지, 남편 뒤를 따라가야 하는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딸이 가위로 남편의 머리와 뒷목을 찔렀고, 남편은 목 부위 두 군데를 꿰매는 치료를 받았습니다. 딸의 나이는 만 열일곱이었습니다.
존속 상해 혐의, 가족 내 사건이어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를 거치면서 딸에게 붙은 혐의가 '특수상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모나 조부모를 상대로 한 상해는 '존속 상해'로 분류되고, 도구를 사용한 경우 '존속 특수상해'가 된다고 합니다. 일반 상해보다 훨씬 무겁게 다루어지는 범죄였습니다.
남편은 처음부터 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사건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딸의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었고,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우리 가족이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앞으로 어떤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딸을 보내야 했습니다.
희망을 가져도 될까요?
솔직히 말하면, 변호사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피해자인 남편은 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가벼운 처분이 나오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년보호사건이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재판부는 독립적으로 판단합니다. 소년원 송치도 가능한 처분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아무 준비 없이 재판에 임한다면, 딸이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이현 변호사님을 선임한 것은 딸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이후였습니다.
존속 상해에서 핵심을 파악해야 합니다
첫 상담에서 이현 변호사님이 말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느냐입니다. 단순히 반성한다는 말로는 재판부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재판부가 납득해야 하는 건 '이 아이가 다시는 이런 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확신입니다. 그 확신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이게 단순히 '반성문 잘 써서 선처 받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변호사님은 사건의 원인을 하나씩 짚어나갔습니다. 아이의 비행 전력이나 성향이 아니라, 수년간 쌓인 가족 간의 갈등과 소통 부재가 이 사건의 근본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법원 앞에서 설명하려면, 아이의 반성만큼이나 부모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피해자는 남편인데, 남편도 반성을 해야 한다는 뜻인지 의아했습니다.
변호사님이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탄원서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단순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양육 방식이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줬는지를 진심으로 담아야 합니다. 그게 재판부에 닿는 방식입니다."
양형을 위해 이렇게 했습니다
그 후 몇 달간 변호사님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남편과 저는 심리상담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나온 소견서와 교육 이수 일정은 문서화하여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남편의 탄원서는 변호사님의 조언을 받아 남편이 직접 작성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감싸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회사 일에 치여 아이와 대화가 줄었고, 엄격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만 아이를 대했으며, 그것이 아이 안에 우울과 불안을 쌓게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 뒤에, 자신부터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딸의 담임 선생님이 탄원서를 써주셨습니다.
변호사님이 학교 측에 협조를 구하는 방향을 안내해줬고, 선생님은 딸이 평소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직접 써주셨습니다. 지각 한 번 없었고, 교과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칭찬하던 학생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딸이 대학교 수시 전형에 합격한 증명서도 함께 제출됐습니다.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선언이 아니라 근거로 설명하는 서류였습니다.
결과
서울가정법원은 딸에게 제1호(어머니 감호 위탁), 제2호(수강명령 40시간), 제3호(부모 특별교육 8시간) 보호처분을 내렸습니다.
결국 소년원 송치 없이, 딸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존속 특수상해라는 혐의에서 이 정도 처분이 내려진 것이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당시엔 그냥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만약 변호사님이 없었다면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가 혼자 이 과정을 밟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남편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을 것입니다. 딸은 반성문을 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을 겁니다.
존속 상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로 처분이 결정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재범 가능성, 가족 환경의 변화 가능성, 보호소년의 평소 성향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우리가 제출한 심리상담 소견서, 양육계획서, 교사 탄원서, 수시합격증명서 이것들 하나하나가 없었다면, 재판부가 가족의 진정한 변화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변호사님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