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에서 인정한 학교폭력 따돌림 성립요건, 학폭위 자료로 뒤집은 썰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낙인. 내 아이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례 속 이서윤 양(가명)의 부모님도 그랬다.
이서윤 양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부터 '집단 따돌림 가해자'로 지목돼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처분을 받았다.
친했던 친구들과 며칠 서먹해진 것뿐이라고 믿었던 열여덟 살 학생이 '가해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학교를 다녀야 했던 몇 달의 압박감을 끝으로 법원에서 그 처분 전부를 뒤집는 판결을 받아냈다.
어떻게 처분을 뒤집을 수 있었을까?

고민에서 시작된 오해
발단은 사소했다. 수학여행에서 같은 방을 쓰던 한지원 양(가명)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끼리 유독 가까워 자신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고민을 이서윤 양에게 털어놨다. 친구 사이에 생길 수 있는 흔한 오해로 시작된 고민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이야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사자인 다른 친구들 귀에 들어갔다. 전해 들은 친구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한지원 양과의 관계는 조금씩 서먹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 그 앙금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터져 나왔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있으니, 나는 “집단 따돌림” 가해자가 되었다
한지원 양이 다른 친구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는 이야기가 추가로 알려지면서, 쉬는 시간 로비에 몇몇 학생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진 쉬는 시간에는 계단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대화가 오갔다. 며칠 뒤 한지원 양은 이서윤 양를 포함한 여러 학생을 '집단 따돌림'으로 한꺼번에 신고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실제로 존재했고, 여러 학생이 같은 시간대에 로비에 모여 있었던 것도, 계단에서 한지원 양을 향한 대화가 오간 것도 사실이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이 정황을 근거로 로비의 모임을 '따돌림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직된 회합'으로, 계단에서의 대화를 '적극적인 추궁 동조'로 판단했다. 그 결과 이서윤 양에게는 접촉·협박 금지,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는, 학교조차 미처 주목하지 못한 숫자 하나가 남아 있었다.
계속 따돌린 건 아니지만 가해자는 맞다?
그 숫자는 다름 아닌 학폭위 스스로 작성한 심의 점수표에 있었다.
법무법인 이현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며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학폭위가 이 사안을 심의하며 매긴 '지속성' 항목의 점수였다. 결과는 0점이었다. 학교 스스로 지속성이 없다고 채점해놓고, 정작 처분은 지속성을 전제로 하는 '따돌림'으로 내린 셈이었다.

그러나 점수표 하나만으로 재판부를 설득하기엔 부족했다.
법무법인 이현은 여기에 더해 실제 소외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기간을 다시 계산했다. 주말을 빼고 나면 그 기간은 나흘에서 엿새에 불과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요구하는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공격과는 거리가 있는 시간이었다.
숫자만으로도 부족했다. 법무법인 이현은 마지막으로 그날의 정황 자체를 다시 짚었다. 로비에 모인 학생들이 사전에 계획을 짜고 모인 것인지, 아니면 이동수업 시간대가 겹쳐 우연히 마주친 것인지를 다른 학생들의 진술과 수업 시간표를 대조해 재구성했다.
그 결과 로비의 모임은 조직된 회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겹친 모임에 가깝다는 사실이, 그리고 계단에서의 대화 역시 이서윤 양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의 요청으로 불려나가 사실관계만 확인해준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세 겹의 사실관계 위에서, 수원지방법원은 학생들 사이에 한지원 양을 집단적으로 배제하자는 의사가 모였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서윤 양의 친구들과 계단에서의 대화 모두 조직적 배제 행위로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문제 된 기간 자체가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법원은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서윤 양에 대한 징계 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법무법인 이현이 심의 점수표의 모순과, 재구성된 시간표, 그리고 그날의 정황을 하나하나 짚어 제시한 자료가 인정 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법원은 애초에 이 사건이 법이 말하는 '따돌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사건을 다시 뒤집으려면
아이는 억울하다고 하는데, 그 억울함을 무엇으로 증명해야 할지 막막하다.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하루하루가 불안과 함께 지나간다. 이서윤 양의 부모님이 겪었던 시간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해자'라는 이름표가 사라지고 나서야, 아이는 다시 평범한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고 부모는 비로소 다른 걱정 없이 아이 곁에 설 수 있었다.
이서윤 양의 사건이 보여주는 건, 그 막막함을 풀어내는 열쇠가 학폭위의 기록, 수업 시간표, 학생들의 진술 같은 이미 존재하는 자료 속에 있었다는 점이다. 결정적이었던 지속성 0점이라는 숫자도, 사실 학폭위 스스로 매겨놓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항목이었다.
법무법인 이현이 그 숫자를 짚어낼 수 있었던 건, 두꺼운 사건 기록을 페이지 하나하나 끝까지 읽어내는 태도에서 나온 결과였다. 같은 자료를 손에 쥐고도, 어떤 자세로 임하는 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폭위 조치가 처음이라면 학교폭력 처분 단계와 결정 기준부터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교육장의 학폭위 조치 처분이 이미 내려졌는데, 그 뒤에 뒤집을 수 있나요?
가능하다.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 자체를 다시 다툴 수 있다. 다만 처분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Q. 며칠 정도 지속돼야 '지속성'이 인정되나요?
법령이나 판례에 며칠 이상이어야 한다는 명확한 숫자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정해진 기준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사안별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입증하는 방식으로 다투게 된다.
Q. 여러 학생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단 따돌림'이나 '공동 가해행위'가 성립하나요?
그렇지 않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여러 학생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과 그들 사이에 특정 학생을 배제하자는 의사가 모였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다. 모임의 계기, 참여 경위, 이후의 행동 같은 정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본 사례는 실제 사건을 각색한 콘텐츠이며, 결과는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부 이미지는 AI 생성 연출 컷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