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가해학생?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혐의 5가지 전부 조치없음
갑자기 날아온 '가해학생' 통보
아이가 친구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했을 때,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중학생이면 그럴 수 있다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교육지원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딸아이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신고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는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라고 울었고, 저도 아이를 믿었습니다. 그런데 믿는다고 해서 심의위원회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혐의 다섯 가지, 생기부 기재가 현실로
상대 아이 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처음 받아봤습니다.
학교 행사 당일 이동 중 대화에서 배제했다
한 달간 점심을 혼자 먹게 했다
SNS에 저격 메모를 올렸다
학원에서 어깨빵을 하고 다른 친구를 이간질했다
자해하는 모습을 보고 "쟤 곧 죽겠네 무서워"라고 했다
다섯 가지였습니다. 진술은 구체적이었고, 심의위원회 날짜는 이미 잡혀 있었습니다.
조치가 내려지면 생기부에 얼마나 남나
그때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학교폭력 심의에서 조치가 결정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됩니다.
1~3호 조치: 졸업과 동시에 삭제
4~5호 조치: 졸업 후 2년 보존
6~8호 조치: 졸업 후 4년 보존
4호 이상은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기록이 따라갑니다. 혐의가 다섯 가지인 상황에서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 알 수 없었습니다.
※조치별 기재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고해보세요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어떤 자리인가
위원 구성
심의위원회는 학교가 운영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교육지원청 산하에 설치된 독립 행정위원회로,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학부모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 의무)
판사·검사·변호사
경찰공무원
교원 경력자
의사
심의 진행 방식
피해학생 측과 가해학생 측이 각각 출석해 진술
가해학생·보호자의 의견진술 기회는 법적으로 보장됩니다(제17조 제8항)
변호사 등 보조인 동석 가능, 현장에서 법적 논거 보완 및 위원 질문 대응 가능
※신고 접수부터 심의까지 전체 흐름이 궁금하다면
구두 해명 vs 서면 의견서
구두 발언: 심의 기록에 요약으로만 남음
서면 의견서: 심의 자료로 등재, 위원 전원이 사전 검토
준비한 것과 준비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여기서 납니다.
변호사 선임 후, 가장 먼저 한 일
혼자서 해결하려다간 일이 복잡할 것 같아 법무법인에 상담 요청부터 했습니다. 상담 자리에서 이현의 변호사님은 혐의 항목을 하나씩 짚으며 먼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한 따돌림이 성립하려면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 공격을 가해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게 한 행위여야 합니다(제2조 제1호의2). 단순히 친구 관계가 멀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무조건 불리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한 것들
아이와 함께 당시 상황을 하나씩 되짚었고, 변호사님은 혐의별로 반박 논거를 세워 항목별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사건 당일 상대 아이와 단둘이 찍은 사진
화해를 먼저 제안했던 문자 내역
오타를 지적하는 평소 습관을 보여주는 가족 카카오톡 캡처
혐의별 반박, 하나씩 깼습니다
① 따돌림 (학교 행사 당일 이동 중 대화 배제)
그날 이동하는 내내 대화를 주도한 건 다른 아이였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섞인 것이었고, 상대 아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한 적이 없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고, 상대 아이와 우리 아이가 둘이서만 찍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증거로 냈습니다.
따돌림이 성립하려면 고의성과 반복성이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일상적인 학생 생활 중에 일어난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해야 한다
전주지방법원 2023. 2. 2. 선고 2022구합1590 판결
같은 날 함께 사진을 찍은 두 아이 사이에 일방적인 배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판단 기준을 의견서에 명시했습니다.
② 점심 소외 (한 달간 혼자 밥 먹었다는 주장)
사건 다음 월요일, 먼저 상대 아이를 찾아가 같이 밥 먹자고 한 쪽은 우리 아이
거절한 건 상대 아이
이후 상대 아이 쪽에서 화해 문자가 오자, 다음 주 월요일에도 아이들을 이끌고 상대 아이를 찾아감
심의위원회는 양측 진술이 엇갈릴 때 객관적 정황을 봅니다. 소외시킨 쪽이 화해를 먼저 제안하고 찾아간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문자 내역과 행동 경과가 우리 쪽 진술을 뒷받침했습니다.
③ SNS 저격
상대 아이 측이 근거로 든 표현 두 가지와 실제 맥락입니다.
표현 | 상대 주장 | 실제 맥락 |
|---|---|---|
"문신을 왜" | 저격 게시물 | SNS 피드의 문신 관련 게시물을 보고 남긴 반응, 특정인 지칭 없음 |
"갖...." | 저격 댓글 | 상대 아이가 반박 글 쓰다 낸 오타를 지적한 것, 평소 습관 (가족 카톡 내역으로 증명) |

학교폭력 심의에서는 형법상 모욕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고의성과 피해 간 인과관계를 독자적으로 판단합니다. 관련 판례를 의견서에 명시했습니다.
대법원 2015도2229: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06도8915: 내용이 너무 막연하여 그것만으로는 곧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해하여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산지법 2019구합21383: 해당 욕설과 폭언의 구체적 내용과 그 수위, 발언 횟수, 전후 대화의 맥락, 발언을 하게 된 경위, 모욕적 표현의 비중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1회성 표현인 데다 맥락상 조롱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의견서에 명시했습니다.
④ 학원 내 괴롭힘 (어깨빵, 이간질)
진술에 시기·장소·구체적 행위가 전혀 특정되지 않음
우리 아이와 상대 아이는 학원 수업반이 달라 마주칠 일 자체가 거의 없음
함께 있었다고 지목된 다른 친구는 그 학원에 다니지도 않음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는 처분청이 입증해야 합니다. 추상적 진술만으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진술의 신빙성 문제와 이해관계 충돌 상황을 의견서에 명시하고, 추가 사실 확인을 심의위에 요청했습니다.
⑤ 자해 관련 발언 ("쟤 곧 죽겠네 무서워")
아이는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함
다른 친구에게 상대 아이가 자해를 했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던 기억은 있음
자습실 좌석 배치상 두 아이 사이에 거리가 있었음
학교폭력예방법상 괴롭힘이 성립하려면 가해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충격을 받은 순간의 반응을 고의적인 가해 행위와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은 가해학생이 해당 발언을 부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 상대방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객관적 상당성·전후 일관성은 물론 그의 인간됨,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1. 4. 2. 선고 2020가합10739 판결
상대 아이와 관계가 소원해진 이후 제기된 진술인 점, 반대되는 목격자 진술 확보 가능성 등을 논거로 삼았습니다.
심의 당일, 변호사가 함께 들어갔습니다
심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당일 진행 구조
피해학생 측·가해학생 측 각각 진술
위원들의 질문에 보조인이 법적 논거로 대응
사전 제출한 의견서·증거를 현장에서 재확인
변호사가 보조인으로 들어가면 위원들의 질문 방향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날 이현의 변호사님은 의견서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별 핵심 쟁점을 정리해 위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열흘 뒤 결과 통보서를 받았습니다.
가해 관련 전 항목: 조치없음(학교폭력 아님)

심의위원회 판단 이유
① 따돌림 — 또래 사이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갈등으로, 가해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려움
② 점심 소외 — 당사자 간 진술 상반, 사실관계 확인 증거 불충분
③ SNS 저격 —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고의성 및 정신적 피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음
④ 학원 내 괴롭힘 — 당사자 간 진술 상반, 사실관계 확인 증거 불충분
⑤ 자해 발언 — 괴롭힐 고의가 있는 행위가 아니라 놀라서 나온 반응으로, 가해 고의를 단정할 수 없음
다섯 가지 모두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조치가 내려졌다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이 글은 조치없음을 받은 사례이지만, 심의 결과가 항상 이렇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조치가 내려졌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행정심판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청구 기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
집행정지 신청 가능: 심판 진행 중 조치의 효력을 일시 중단할 수 있습니다(제17조의4)
조치 종류 확인 먼저: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지에 따라 불복 전략이 달라지므로, 학교폭력 조치 1호~9호 기준과 처분 단계를 먼저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행정심판 결과에 불복해 소송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제17조의3).
생활기록부 기재가 남는 조치라면: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기재를 일시 중단시키는 것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미성년 가해학생의 소년보호처분 종류와 기준도 함께 확인해두시길 권합니다
심의 결과 통보를 받은 뒤 시간이 촉박합니다. 불복을 고려하고 있다면 기간 내에 전문가 검토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의위원회를 앞둔 학부모님께
결과를 받고 나서야 숨이 쉬어졌습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 말만 믿으면 되겠지 했습니다. 학교에 잘 설명하면 이해해줄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상대방 진술이 구체적일수록, 혐의 항목이 많을수록, 우리 쪽 반박도 그만큼 정교하게 준비돼야 한다는 걸 직접 겪고 알았습니다.
구두로 해명하는 것과 항목별 의견서로 논거를 갖춰 제출하는 건 결과에서 다릅니다. 저는 그 차이를 이 사례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께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의 전에 전문가 검토를 먼저 받으시길 권합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초기 상담에서 혐의 항목별로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의견서 작성부터 심의 보조인 입회, 필요한 경우 행정심판·행정소송까지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심의위원회에 가기 전에 학교에서 자체 해결할 수도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미한 사안은 학교장이 심의위원회 회부 없이 자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요건은 아래 네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가 없을 것
재산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됐을 것
지속적인 폭력이 아닐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
단,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피해학생 측이 심의를 원하면 자체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Q. 조치없음 결과를 받아도 학교생활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나요?
심의위원회에서 조치없음 결정이 내려지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고,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서의 법적 지위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상황이라면 이후 학교 내 관계나 교사의 인식에 영향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법적 조치와 별개의 문제이며, 필요한 경우 담임교사나 학교 측과 별도로 소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조치없음을 받은 뒤 피해학생 측이 다시 신고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요?
피해학생 측도 심의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제17조의3). 조치없음 결정 이후 동일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재신고하는 것을 명문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심의위원회가 이미 같은 사안을 검토해 결론을 낸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나 사실 없이 재신고만 하는 경우, 실무상 심의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 신고가 가능하므로, 조치없음 결정 이후에도 상황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