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 벌금형, 합의 결렬됐지만 받아낸 사례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구...
성범죄 사건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커뮤니티나 변호사들의 칼럼에서 보셨을 것 같은데, 물론 중요하지만… 합의가 깨졌다고 해서 무조건 실형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합의 없이 약식 벌금형으로 끝난 사례가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실제 사건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준강제추행이라는 죄명 자체가 생소하시다면 준강제추행 성립 요건과 무죄 대응법을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사례 - 합의 결렬에도 약식 벌금 500만 원
저희 법무법인 이현에서 진행한 사건입니다.
20대 초반 의뢰인이 만취 상태에서 친구 관계의 여성을 추행한 사안이었습니다.
술집 내부와 외부 계단, 두 장소에서의 행위가 모두 문제가 됐고 CCTV에 일부 장면이 남아 있었죠.
피해자는 합의 의사가 없었고 과도한 금액을 요구해 협상은 시작 단계에서 막혔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피의자가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자백한 점, 진지한 반성과 재범 방지 노력(음주 자제, 알코올 교육 수강),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의견서에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검찰 단계에서 형사조정도 신청했습니다.
다만 피해자 측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실제 조정기일은 진행되지 못한 채 불성립으로 종결됐습니다.
이렇듯 다소 불리한 상황임에도 검찰은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합의가 깨졌는데 왜 벌금형으로 끝났을까
같은 죄명, 비슷한 행위라도 결과는 갈립니다. 위 사례에서 결정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진술 흐름이 깨끗했습니다.
비록 첫 조사에서 만취로 기억이 흐릿하다고 답했지만, 두 번째 조사에서 CCTV 등 객관 자료를 마주하자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회피하려 한 흔적이 없다는 점이 검찰의 처분 판단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다음으로 결렬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가 기록에 남았습니다.
변호인을 통한 합의 시도, 형사조정 신청, 의견서 제출까지 모두 진행되면서 피해 회복을 위해 움직였다는 정황이 남은 것입니다. 합의금 한 푼이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그 시도의 흔적이 양형에 반영되는 구조죠.
마지막으로 양형 자료가 충분했습니다.
반성문, 알코올 교육 이수 자료, 재범 방지 계획, 가족 탄원서가 빠짐없이 제출됐고, 학업·봉사 이력까지 정리되어 검찰이 약식명령 청구를 선택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진심 어린 반성의 표현만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함께 갖춰지지 않았다면, 같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정식재판 회부와 징역형 구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합의가 깨졌을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절차
피해자가 합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때 활용해 볼 수 있는 절차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검찰 단계의 형사조정입니다.
위 사례처럼 피해자 측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불성립으로 종결되지만, 신청 자체와 그에 이르기까지의 합의 시도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형사공탁입니다.
다만 시기 선택과 금액 산정이 잘못되면 피해자 자극 요인이 되어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공탁 절차의 실무 디테일은 합의 거부하는 피해자, 형사공탁제도 활용법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합의금 자체의 적정 수준이 궁금하시다면 죄목별 시세를 비교한 성범죄합의금 적정 기준 정리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벌금형이라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
실형보다 가볍지만 형사처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준강제추행으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보통 다음의 부수처분이 함께 따라옵니다.
신상정보 등록,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그리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입니다.
위 사례에서도 벌금 500만 원 외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의 취업제한이 함께 명령됐습니다.
따라서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가벼운 결과는 맞지만,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준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나요?
해당하지 않습니다. 형법상 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관련 죄의 친고죄·반의사불벌죄 조항은 2013년 6월 19일 형법 개정으로 모두 폐지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검사는 기소할 수 있고, 법원도 유죄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중요한 감경 사유로 작용합니다.
Q2. 약식명령이 나온 뒤에 불복할 수 있나요?
불복할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관할 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따라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으로 변경할 수 없으나, 같은 종류의 형(벌금) 내에서 형량이 늘어날 수는 있으므로 청구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Q3. 검찰이 약식명령 청구가 아닌 정식 구공판으로 넘긴 경우, 다시 약식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검찰이 정식기소(구공판)를 선택하면 사건은 정식재판 절차로 진행되며, 법원이 직권으로 약식명령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식재판에서도 양형 자료가 충분하면 벌금형 선고 자체는 가능하므로, 구공판 회부됐다고 해서 징역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벌금형을 받기 위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자백·반성·재범 방지·합의 노력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합의가 결렬되면 형사조정 신청과 형사공탁이라는 후속 카드를 적시에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 출석 요구서를 받고 검색창을 두드리고 있다면, 첫 조사 전에 변호사 상담부터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