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예매취소 1,200번 했다고 업무방해죄? 불송치 받은 썰
이 글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의뢰인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거주지·상대 회사명 등 특정 가능한 정보를 각색·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5년 넘게 고속버스표를 1,200번 넘게 예매했다. 그중 대부분을 탑승 직전에 취소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 경찰도 처음엔 그렇게 봤다. 이건 김하영(가명, 30세) 씨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김하영씨는 중학교 교사다.
고속버스 예매취소를 반복한 이유
김하영 씨는 충청북도 청주에 살았다. 남자친구와 만나려면 고속버스를 타야 했다. 매주 두 번 정도, 청주와 서울을 오가는 노선을 예매했다.
문제는 일정이 자주 바뀌었다는 거다.
부모님 생신 일정과 겹치기도 했고, 남자친구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약속이 취소되기도 했고, 케이크를 만들다 시간이 늦어져 버스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예매한 표를 취소하고, 다른 시간대로 다시 예매하거나, 아예 다른 버스 회사 표를 끊거나, 현장에서 발권했다.
김하영씨 본인도 정확히 몇 번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이런 일이 2021년 4월부터 2026년 8월까지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가 왔다. 죄명은 업무방해였다.

1,200번 취소, 업무방해죄 조사를 받다
경찰 조사실에 앉은 김하영 씨 앞에, 수사관이 엑셀 파일 하나를 띄웠다. 고소한 다온고속(가상 사명)이 제출한 '악성예매자 예매목록'이었다.
수사관: 2021년 4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승차권 1,200여 회를 발권받았고, 그중 대부분을 승차할 의사 없이 곧바로 취소하는 방법으로 회사의 승차권 판매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김하영씨: 아니요.
이어진 조사에서 수사관은 특정 날짜, 특정 시간대의 취소 건을 하나씩 짚으며 이유를 물었다.
수사관: 왜 8매나 예매했다가 전부 취소했나요?
수사관: 왜 승차권 2매를 예매하고 1분도 안 돼서 다시 취소했나요?
김하영씨: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김하영 씨는 대부분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기억나는 부분은 최대한 설명했다. 일정이 겹쳤거나, 어머니 카드로 현장에서 다시 발권했거나, 탑승 시간을 착각해 다시 예매했다는 식이었다.
수사관: 반복적인 예매·취소로 다른 고객이 표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나요?
김하영씨: 못했습니다.
이 조서만 보면, 반복적인 취소가 회사 업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는 말이 다소 궁색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이 단계까지는 수사기관도 혐의를 의심하는 쪽에 가까웠다. 다만 이건 조사 초기의 인상이었을 뿐, 이후 자료 검토를 거친 최종 판단은 달랐다.
업무방해죄 판단 기준은 따로 있었다
김하영 씨의 변호인은 취소 횟수 자체보다 예매·취소의 패턴을 봤다. 확인한 건 크게 두 가지였다.
부정한 수단을 썼는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 없음
다중 계정 동시 접속 여부: 없음
VPN·타인 명의 이용 여부: 없음
김하영 씨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 하나로, 앱을 손으로 눌러 예매하고 취소했다.
실제로 이용했는가
최근 6개월(2026년 3월~8월)치 취소 건을 하나하나 대조했다. 카카오톡 대화 내역과 신용카드 결제 내역, 다른 버스 회사 예매 내역까지 모아 제출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다른 고속버스 회사로 갈아탄 경우
어머니 카드로 현장에서 다시 발권한 경우
아예 부모님 차를 타고 이동한 경우
자료를 대조해보니 상당수 취소 건에서 공통된 패턴이 보였다. "이 표는 안 탔지만, 다른 방법으로는 실제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즉 '표만 사놓고 안 갔다'가 아니라 '이 표는 취소했지만 결국 이동은 했다'는 패턴이었다.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매크로나 다른 사람 명의 같은 부정한 수단을 쓴 적이 없고, 일정이 바뀌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돼 표를 취소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회사 업무를 방해할 의도도, 취소를 통해 챙긴 이익도 없었다.

업무방해죄 불송치된 이유
경찰은 최종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일정 변경이나 준비 시간 지연 등 정상적인 취소 사유가 확인됨
앱의 정상적인 취소 규정 안에서 환불 절차를 밟음
매크로 등 부정한 도구를 쓴 흔적이 없음
이를 종합해 경찰은 업무방해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여기다. 반복적인 예매·취소가 바람직한 이용 방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범죄가 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어디서 갈렸나
이 사건에서 먼저 문제가 된 일반적인 업무방해는 다음 세 가지 방식 중 하나가 쟁점이 된다.
허위사실 유포
위계
위력
반복 예매·취소가 문제 되는 사건은 통상 '위계'가 쟁점이 된다. 여기서 '위계'는 쉽게 말해 상대방이나 시스템을 속여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살 생각 없는 표를 산 것처럼 시스템을 속여, 다른 사람이 정상적으로 표를 구매할 기회를 차단했다는 논리다.

그런데 위계가 성립하려면, 애초에 '속일 의도'가 있어야 한다. 김하영 씨의 취소 패턴은 이 지점에서 갈렸다. 대부분의 취소가 실제 이동 필요성이 있는 상태에서 상황이 바뀌어 발생한 것이었고, 그 뒤에도 다른 방법으로 실제 이동했다.
애초에 '표를 살 생각 없이 시스템만 방해하려는' 의도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컴퓨터등장애 업무방해(형법 제314조 제2항)도 마찬가지다. 이건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장애를 일으켜야 성립하는데, 김하영 씨는 앱이 정해둔 정상적인 취소 절차만 이용했다.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킨 사실 자체가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취소 횟수가 많다'는 사실과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결론 사이에, 법이 요구하는 연결고리인 고의와 부정한 수단이 빠져 있었던 경우다.
비슷한 사건은 왜 처벌됐을까
이 차이는 다른 사건과 비교해보면 더 분명해진다.
한 이용자는 KTX 승차권 2만 8,465장을 구매한 뒤 2만 8,308장을 취소해 반환율이 99%에 달했다. 반환받은 금액만 15억 원대였다. 이 이용자는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25년 9월 법원에서 벌금 8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한 공무원이 4년여에 걸쳐 일등석 항공권을 33차례 반복 예매한 뒤 취소하면서, 취소 전에 공항 라운지만 이용하고 음식을 먹은 뒤 환불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25년 11월 인천지법은 이 공무원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다.
앞의 사건들은 단순히 취소 횟수만 문제 된 것이 아니라, 예매·취소의 목적과 이용 방식까지 함께 문제 됐다.
반면 김하영 씨 사건에서는 상당수 취소 건에서 실제 이동 기록이 확인됐고, 취소로 얻은 금전적·물질적 이익도 확인되지 않았다.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애초에 실제로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을 챙겼는지가 갈림길이었던 셈이다.
반복 예매·취소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용 목적이 있었는지, 부정한 방법을 썼는지, 취소 과정에서 이익을 얻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비슷한 이유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먼저 본인의 예매·취소 기록과 실제 이동 내역을 시간순으로 맞춰보는 것이 좋다.
예매취소 자주묻는질문 FAQ
Q1. 카드 마일리지 때문에 반복 예매·취소했는데, 이 사례처럼 무혐의를 받을 수 있나요?
다릅니다. 실제 이용 의사와 금전적 이득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며, 아래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카드 실적 때문에 고속버스표 반복 취소했는데 처벌될까요?
Q2.매크로 프로그램을 쓰지 않았는데도 업무방해로 고소당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매크로는 없었지만 일단 고소는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매크로·다중접속·타인 명의 이용 같은 부정한 수단이 없었다는 점은, 위계나 컴퓨터등장애 업무방해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볼 수 있는 사정입니다. 매크로 없이 반복 이용만으로 고소당한 경우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별도로 정리해두었습니다.
Q3.취소한 뒤에도 실제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여주나요?
카드 결제 내역, 앱 이용 내역, 현장 발권 기록 등을 날짜와 시간 순서대로 맞춰보면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변호인이 6개월치 취소 건을 하나하나 대조해 제출한 것이 불송치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됐습니다.
이미지 중 일부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