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선충당금 횡령으로 고소당했다면|관리소장·경리·입대의 임원의 대응 기준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 횡령, 넓게는 아파트 관리비 횡령 의혹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아파트를 위해 썼다는 이유만으로 횡령이 되는 것도, 반대로 횡령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장기수선계획과 사용 절차를 지켰는지, 실제 돈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디에 쓰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 내 상황부터 확인해보세요
관리소장이든 경리든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이든, 확인할 순서는 같습니다. 다음 네 가지 질문에 순서대로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 된 지출이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돼 있었습니까?
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쳤습니까?
실제로 그 돈이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쓰였습니까?
그 과정에서 개인이나 제3자가 사적 이익을 챙긴 정황이 있습니까?

앞의 두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면, 공동주택관리법상 절차 위반 문제가 먼저 있는 상태입니다. 뒤의 두 질문, 특히 마지막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만한 정황이 없다면, 형사상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네 가지에 모두 유리하게 답할 수 있다고 해서 횡령 여부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왜 그런지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왜 사용에 제한이 있는가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2항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을 장기수선계획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시행령 제31조 제5항은 관리주체가 수선공사의 명칭·내용·공사기간·예정공사금액 등이 담긴 사용계획서를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장기수선계획에 반하는 용도로 장기수선충당금을 쓰면,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이 금지하는 '용도 외 목적 사용'에 해당해 같은 법 제102조 제2항 제9호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즉 용도 제한은 관리규약 수준의 권고가 아니라 법령상 의무이고, 위반 시 별도의 제재 규정까지 있습니다.
용도 제한 위반과 횡령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을 어겼다고 횡령이 자동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관리상 문제가 없다고 형사책임까지 항상 없는 것도 아닙니다.
과태료와 형사책임은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용도 제한 위반은 과태료로 다뤄지는 행정적 책임입니다. 반면 형사상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하려면, 여기에 더해 타인의 돈을 마치 자기 것처럼 쓰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점까지 별도로 인정돼야 합니다. 법률에서는 이를 불법영득의사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안 가져가도 불법영득의사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보관자가 위탁받은 취지와 다르게, 또는 정해진 용도 외로 자금을 처분한 것 자체를 소유자의 것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계좌에서 개인 명의로 돈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고, 처분 목적과 절차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관리소장·경리처럼 자금을 직접 집행한 실무자와 입대의 임원처럼 의결에 관여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책임 소재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소유자(법상 '입주자')만 부담하고, 임차인을 포함한 거주자 전체('입주자등')가 나눠 내는 자금이 아닙니다.
이 돈을 일반 관리비 부족분처럼 임차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썼다면, 소유자가 아니라 제3자(임차인)의 이익을 위한 처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불법영득의사가 더 쉽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입대의 임원은 신분범 구조상 책임이 다르게 판단됩니다
횡령죄에서 '보관자'는 형식적 직함이 아니라 자금을 사실상 지배·처분할 수 있는지로 판단됩니다. 통장 공동 인감을 관리하거나 지출을 최종 결재하는 회장이라면, 자금을 직접 지배하는 보관자로서 단독 또는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2013도14777 판결도 바로 이 회장을 보관자로 보고 불법영득의사 유무를 따진 사건입니다.
반면 통장 관리나 지출 결재에 관여하지 않고 의결에만 참여하는 동대표·이사 등은 보관자 지위가 없어 원칙적으로 단독 정범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용도 외 사용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의결에 찬성했다면,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에 따라 신분자의 범행에 가공한 공범으로 책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용계획서와 안건 설명을 바탕으로 통상적인 승인 절차를 거쳤을 뿐이라면, 의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범으로 책임지는 경우에도 업무상 보관자라는 신분이 없으므로,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업무상횡령죄가 아닌 단순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불법영득의사가 정확히 어떤 요건으로 인정·부인되는지는 별도로 정리해뒀습니다.
📎 업무상횡령죄 성립요건, 개인적으로 안 가져가도 횡령이 되는 이유

판례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판례가 말하는 것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특별수선충당금(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성격의 자금)을 구조진단 견적비와 소송 변호사 선임료로 쓴 사안을 다뤘습니다.
대법원은 보관자가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다음 두 가지를 근거로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당시 용도 제한이 법령이 아니라 관리규약에만 있었던 점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 동의를 얻어 위탁 취지에 맞는 용도로 썼다고 볼 여지가 있었던 점
대법원은 나아가, 불법영득의사는 검사가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이 없으면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판례가 말하지 않는 것
다만 이 판례를 지금 상황에 그대로 적용해서 "입주민을 위해 썼으니 괜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판결 당시에는 용도 제한이 관리규약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2항과 시행령 제31조 제5항이 법령 차원에서 사용계획서와 의결 절차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두 단계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사용계획서 작성과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는지:
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 성립해, '소유자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는지'를 따지기 이전 단계에서 이미 불리한 사정이 하나 생깁니다.
절차 위반 여부와 별개로 실제로 그 돈이 소유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쓰였는지, 개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쓰였는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판례가 제시한 '소유자 이익 처분' 판단은 지금도 유효한 기준입니다. 다만 절차 위반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 기준을 입증할 부담이 더 커집니다.
장기수선계획에 없는 지출이면 바로 횡령인가요?
그렇다고 바로 결론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출이었는지를 확인하고, 형사사건에서는 여기에 더해 실제 사용처와 의사결정 과정 등을 바탕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따라서 수사에서는 단순히 "아파트를 위해 썼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다음 세 가지를 자료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장기수선계획상 근거: 문제 된 지출이 애초에 계획에 포함돼 있었는지, 계획에 없던 항목을 사후에 끼워 맞춘 것은 아닌지
② 사용계획과 의결 과정: 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는지, 형식적인 통과가 아니라 실질적인 심의가 있었는지
③ 실제 자금 사용처: 지급된 돈이 계약서·시공 내역과 일치하는지, 중간에 다른 용도로 흘러간 정황은 없는지
이 세 가지가 자료로 뒷받침되면 "아파트를 위해 썼다"는 주장이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이 됩니다.
지금 준비해야 할 자료
먼저 장기수선충당금 계좌의 거래내역부터 한 번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가 된 지출 전후로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그다음 아래 자료를 준비하시면 방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장기수선계획서 (문제 된 지출이 계획에 포함돼 있었는지)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 (작성 여부와 시점)
통장 거래내역 (문제 된 지출 전후 맥락이 드러나도록 전체 기간)
지출결의서·품의서 (기안·승인자 확인)
계약서·견적서·세금계산서 (자금이 실제로 어떤 공사·용역에 쓰였는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안건 상정·의결 이력)
(하자진단·감정비용 등 법정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계획 외 사용이라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서
이 자료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진술만으로 소명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반대로 자료가 정리돼 있으면 수사 단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함께 고소됐다고 책임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관리소장과 경리가 함께 고소됐더라도 누가 지출을 결정했고, 누가 승인했으며, 누가 지시에 따라 집행했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회의록과 결재 문서는 단순히 "승인을 받았다"는 자료가 아니라 각자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구분하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경리처럼 지시를 받아 집행만 하는 위치라면 통상 단독 정범이 아니라 공범·방조범으로 다투게 됩니다. 다만 통장·공인인증서·OTP를 독자적으로 관리하며 스스로 판단해 인출했다면, 실질적 보관자로서 단독 정범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지시만 받아 집행한 경우도 책임을 지는지는 별도로 정리해뒀습니다.
변제·합의,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변제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합니다. 지출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되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소명하면서 입주민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취지라면, 변제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고려되는 사정(정상참작 사유)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변제 사실이 곧 자백은 아니지만,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하는 진술과 어떻게 정합성을 맞출지는 검토해야 합니다.
변제 시점도 중요합니다.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의 변제는 절차적 의미가 다르므로,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부터 확인한 뒤 접근 방식을 정하시는 게 맞습니다.
몇 년 전 지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므로, 오래된 회계자료라고 바로 버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
처벌을 피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관리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 입주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함께 판단돼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확인이 필요한 건 앞서 답해보신 네 가지 질문의 답과, 실제로 갖고 계신 자료가 얼마나 되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검토받으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지 아닌지부터 가늠할 수 있습니다.
관리소장이 소속된 위탁관리업체까지 자동으로 형사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업무상횡령 책임과 업체의 공동주택관리법상·민사상 책임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 관리소장이 횡령으로 고소되면 위탁관리업체도 처벌받나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용이며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