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매매(스캘핑) 판례|추천자 이익과 제3자 이익, 어디까지 부정거래인가
추천을 보고 샀습니다. 며칠 뒤 주가는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 며칠 사이에 판 사람 중에, 추천한 본인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2년 9개월 동안 90개 종목, 117회. 방송에서 종목을 추천하고 방송 직후 되팔았던 애널리스트에게 법원은 징역 8월을 선고했습니다. 아내와 장모 이름으로 된 계좌를 썼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다만 그 사건에도 같은 방식으로 거래했는데 유죄 범위에서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거래에서 난 이익이 추천한 사람에게 돌아갔다고 입증되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이 나왔습니다. 추천한 사람은 한 푼도 벌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이익을 얻었다면 어떨까. 2026년 1월, 대법원이 이 문제에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두 판결을 그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공개된 대법원 판결문을 정리한 것이며, 고소 절차와 증거 확보 방법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고 해당 글로 링크를 걸어 두었습니다.
선행매매, 어디부터 부정거래인가
구조는 단순합니다. 매수, 추천, 매수세 유입, 매도. 네 단계입니다. 추천을 보고 들어온 쪽이 오른 가격에 사고, 추천한 쪽이 그 가격에 팝니다.
이처럼 추천하기 전에 미리 사두고, 추천으로 매수세가 들어온 뒤에 자기 물량을 파는 방식을 흔히 선행매매 또는 스캘핑이라고 부릅니다. 선행매매는 거래 방식의 이름이고,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장면에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가 쟁점이 됩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이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리 사둔 사실을 숨긴 채 사라고 권하는 것 자체를 부정한 방법으로 봅니다. 이를 법률에서는 부정거래행위라고 합니다. 위반하면 제443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이 수법에서는 형법상 사기죄보다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가 중심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가 추천한 사람에게 직접 돈을 송금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샀고, 추천한 사람은 그때 자신이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았습니다.
돈을 속여 받아내는 사기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유료 회원비를 받아 챙기거나 가짜 거래 화면을 보여준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종목 추천과 매도만 있는 이 유형은 다릅니다.
리딩방 추천도 선행매매가 될까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누구든지" 로 시작합니다. 등록이나 신고를 했는지와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이 수법을 다루면서 문제가 되는 사람을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으로 폭넓게 예시했습니다. 형식이 정식 보고서일 필요도 없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매수 추천을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하여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오픈채팅방에 종목명 하나와 목표가를 던지는 것도, 영상에서 "지금 담을 자리"라고 말하는 것도 이 정의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사례 1. 90개 종목, 117회 거래
첫 번째는 증권방송 애널리스트 사건입니다.
어떻게 했나
이 사람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증권방송에서 일하며 생방송에 출연해 유망 종목을 추천했습니다. 하루 평균 4회, 많을 때는 10회까지 방송이 나갔습니다. 그 시간에 그 종목을 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90개 종목에 대해 117회.
아내와 장모 이름으로 된 계좌 4개를 썼습니다. 방송 전에 사두고, 방송에서 추천하고, 방송 직후 또는 대부분 2영업일 안에 팔았습니다. 방송 전이나 방송 중에 미리 목표가로 매도 주문을 걸어두는 방식도 함께 썼습니다.
법원이 유죄로 본 근거
판결문이 든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한 종목과 미리 사둔 종목이 일치함. 방송 전후로 한 번씩만 거래하고 손을 뗀 종목만 16개
한 종목만 방송 제목에 걸어 집중 추천한 회차가 20여 회
원고를 쓰면 바로 방송에 들어가는 구조라 사전 검토 절차가 없었고, 증권사 리포트를 모아둔 자료 정도에 의존함
방송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됨
법원은 이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수단에 해당하고, 동시에 제2항의 위계에도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미리 사둔 사실을 숨긴 채 추천해 다른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한 점을, 쉽게 말해 속이는 방법을 사용한 거래로 본 것입니다.
징역 8월과 추징 1억 927만 원.
여기서 추징은 범죄로 얻었다고 인정된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입니다. 2017년 3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확정됐습니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아내와 장모 이름으로 된 계좌를 썼는데도 유죄가 났습니다. 이름만 빌렸을 뿐 실제로 돈을 넣고 빼고 이익을 가져간 사람이 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남의 이름으로 거래했다는 사실 자체는 방어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유죄에서 빠진 부분
이 사건에는 유죄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10개 종목을 20회 거래하고, 약 6,087만 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기소된 부분입니다.
법원은 그 거래도 부정거래행위에는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 이익이 계좌를 맡긴 쪽에게 돌아갔고 그가 함께 범행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부분을 유죄 범위에 넣지 않았습니다. 검사의 항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거래 방식 자체가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와, 그 거래에서 난 이익까지 이 피고인의 범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인 계좌 거래도 방식 자체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 이익이 피고인에게 돌아갔다거나 지인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을 "추천한 사람이 직접 돈을 벌지 않으면 부정거래가 아니다"로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은 그 거래도 제178조가 금지하는 부정거래행위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걸린 것은 그 거래에서 난 이익을 피고인이 얻었다고 볼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용한 계좌 | 종목·횟수 | 결과 |
|---|---|---|
아내·장모 명의 4개 | 90개 종목 117회 | 유죄. 징역 8월, 추징 1억 927만 원 |
지인 계좌 | 10개 종목 20회 | 부정거래는 인정, 이익 귀속 부정으로 유죄 범위 제외 |
이후 다른 사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이 제기됐습니다.
추천한 사람은 돈을 벌지 않고 제3자에게 이익이 돌아간 경우에도 사기적 부정거래가 성립하는가?
사례 2. 본인 이익은 0원
두 번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건입니다. 공개된 판결을 기준으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상태입니다. 아래 내용은 판결문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법원의 판단입니다.

어떻게 했나
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던,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자신이 낼 보고서에서 추천할 종목을 미리 골라, 회사 대표이사의 비서와 장모의 계좌를 관리하던 증권사 직원에게 알려 사게 했습니다. 보고서가 나간 뒤에는 팔라고 알렸습니다.
이용한 계좌 | 종목 수 | 얻은 이익 |
|---|---|---|
회사 대표이사 계좌 | 47개 | 약 1억 4천만 원 |
장모 계좌 | 9개 | 약 1,400만 원 |
본인 계좌 | 없음 | 없음 |
본인 몫은 없었습니다. 이 한 가지가 이 사건의 모든 쟁점을 만들었습니다.
2심은 왜 죄가 아니라고 봤나
2심은 그 계좌가 추천한 사람의 것이 아니고, 그가 사실상 자기 계좌처럼 이익과 손실을 부담하는 관계도 아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그래서 제3자의 주식을 추천한 것만으로는 부정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례 1보다 한 단계 앞에서 끊은 판단입니다.
다만 그가 기소된 내용 전부가 죄가 안 된다고 본 것은 아니고, 다른 부분에서는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대법원이 뒤집은 이유 3가지
2026년 1월 15일, 대법원이 이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낸 것으로, 이를 파기환송이라고 합니다.
명의가 아니라 실질적 투자판단 주체를 봤다. 계좌는 대표이사와 장모 것이었지만 종목과 수량, 매매 시점을 정한 사람은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추천한 사람이 얻는 이익은 돈만을 뜻하지 않는다. 평판이나 앞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기대 같은 개인적 이익도 판단 대상이 됩니다.
그런 이익이 실제로 생겨야만 부정거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178조 위반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하나만 보고 판단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추천한 사람과 제3자의 관계, 제3자가 그 주식을 갖게 된 경위, 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실질적인 판단 주체가 누구인지, 추천한 사람이 얻거나 기대할 수 있었던 이익까지 종합해서 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그가 낸 보고서에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자료는 제3자에게 사전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투자자들이 그 문구를 믿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부정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니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입니다.
두 판례의 공통점 4가지
두 판결에서 반복해 등장한 정황입니다.
추천 직전 매수, 추천 뒤 매도. 사례 1은 방송 직후 또는 대부분 2영업일 안에, 사례 2는 보고서가 나간 뒤에 팔았습니다
미리 사두게 한 사실을 밝히지 않음. 두 사건 모두 이 지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사례 2에서는 보고서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문구까지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 종목에 집중된 추천. 여러 종목을 나열하는 대신 하나를 밀어 올리는 형태
이익이 본인이 아닌 사람에게 돌아간 경우. 사례 1에서는 이익 귀속이 입증되지 않아 유죄 범위에서 빠졌고, 사례 2에서는 그런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형사·민사에서 무엇을 다투나
형사.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위반하면 제443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기본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4배 이상 6배 이하 벌금입니다.
이익이 큰 경우에는 징역형이 가중됩니다. 사례 1에 적용된 옛 법에는 징역형 하한이 없었습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이었고, 그래서 징역 8월이 선고될 수 있었습니다.
민사.
자본시장법 제179조는 제178조를 위반한 사람이 그 위반행위로 거래한 사람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효.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2년, 위반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행사하기 어려워집니다. 형사 사건의 공소시효와는 다릅니다.
다만 손해액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는 실무에서 다툼이 있는 영역입니다. 위법한 행위가 인정되는 것과 손해액이 얼마로 산정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대응법 참고 : 사건 유형은 다르지만, 형사 절차와 별도로 피해금을 회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확보할 자료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대가 미리 사뒀는지를 피해자가 혼자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앞의 두 사건도 수사기관이 계좌를 열어봤기 때문에 드러났습니다.
지금 확보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매매 내역이 아닙니다. 언제 어떤 종목을 어떤 표현으로 추천했는지, 그리고 그 추천을 보고 언제 샀는지입니다. 상대나 관련자의 선행매수 여부는 그다음 단계에서 확인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방이 사라졌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캡처든 알림 기록이든 결제 내역이든 문자든, 추천 시점을 특정할 단서가 남아 있으면 검토할 자료가 됩니다.
그리고 상대가 "나는 그 거래로 한 푼도 벌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2026년 대법원은 누가 실제로 매매를 결정했는지, 누구에게 이익을 주려 했는지, 계좌 명의자와 추천한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자료만으로 이 구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4도6910 판결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11686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8도13864 판결
이 글은 공개된 대법원 판결문을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로, 법무법인 이현이 수임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례 2는 파기환송되어 확정되지 않은 사건입니다. 개별 사안의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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