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사기, 2억 9천 뜯기고 돌려받은 돈은 0원?
비상장주식사기, 무료로 시작해서 재매입 약속으로 끝난다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이벤트 당첨을 알린다. 비상장 주식 몇 주를 공짜로 준다는 말과 함께.
며칠 뒤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그 주식을 사고 싶은데 회사 방침상 최소 1,000주 단위로만 매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 따라붙고, 추가로 사들이는 물량은 전부 되사주겠다는 약속이 이어진다.
투자사기는 돈이 흘러가는 방식에 따라 결이 다르다. 가짜 거래소에 입금하게 만드는 유형도 있고, 해외선물처럼 실제 시장을 이용해 손실을 유도하는 유형도 있다. 비상장주식사기는 무료 증정으로 시작해서 재매입 약속으로 끝나는 편이다.
📎해외선물처럼 실제 시장을 이용해 손실을 유도하는 유형
이 패턴은 낯설지 않다. 창원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한 판결이 이 구조를 그대로 확인해준다. 조직원 6명이 역할을 나눠 4명의 피해자로부터 2억 9,550만원을 편취한 사건으로,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비상장주식사기의 전형적인 수법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판결이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유하려고 한다.
본 글에서 인용한 판결은 자사가 수임한 사건이 아니며, 공개된 확정판결(창원지방법원2023고단2434)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판결서 원문을 기준으로 합니다.
재매입 약속, 왜 기망이 되는가
판결문에 남은 조직원의 발언은 이렇다.
이벤트 당첨경품으로 총 10만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 5주를 무료로 드립니다.

무료 증정 다음에는 항상 재매입 약속이 따라왔다.
1주당 몇만원에 사고 싶다는 말
최소 1,000주라는 조건
추가 매수분을 전부 되사주겠다는 확약
판결문은 이 대목에서 조직원들에게 애초에 주식을 되살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고 명시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이는 행위와, 처음부터 이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이 함께 필요한데, 재매입 약속 하나에 이 두 요건이 그대로 담겼다. 있지도 않은 상장 계획을 곧 상장될 것처럼 말한 사례도 있었다.
공짜로 뭔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다음 제안에 대한 의심을 낮춘다. 이 사건 조직이 무료 증정을 첫 단계로 고정해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재매입 약속처럼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 뿐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망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무료로 준다는 비상장주식, 받기만 해도 문제가 되나요?
📎무료로 받은 비상장주식이나 모집 수당, 나중에 반환해야 하나요?
피해액과 사기죄 처벌 수위
그런데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피해액과, 피해자가 실제로 돌려받는 금액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액은 형량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지만, 유죄 판결만으로 피해금이 모두 반환된 것은 아니었다.
판결 당시 형법상 사기죄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다(2025년 12월 23일 법정형 상향 이전 기준).
이득액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돼 형량 하한이 올라간다.
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 50억원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다만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기 범행은 원칙적으로 피해자별 실체적 경합범으로 보아 피해자 1인당 이득액을 기준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이 사건은 4명의 피해액을 합쳐도 2억 9,550만원이고, 개별 피해자 기준으로도 가장 큰 금액(2억 2,500만원)이 5억원에 못 미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사기죄로만 다뤄졌다.
양형기준상 이 정도 규모의 조직적 사기(피해액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다수 피해자 대상 가중요소 적용)는 권고형이 징역 4년에서 7년이다. 그런데 실제 선고는 2년 6개월로, 권고 하한에도 못 미쳤다.
피고인의 자백과 반성, 초범이라는 점, 공범들이 피해자 한 명에게 일부 금액을 공탁하고 나머지 피해자들과는 피해액 일부를 지급하며 합의했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한 결과다.
피해액은 형량의 기준이 되고, 자백이나 합의·일부 변제는 형량을 낮추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정이 나머지 피해자의 돈까지 회복됐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비상장주식을 대상으로 허위 상장 계획이나 허위 재매입 확약을 내세워 매매를 유도한 방식은 형법상 사기죄와 별개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위반이나 무인가 투자매매·중개업 영위(제11조, 제17조 위반) 해당 여부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유죄에도 배상명령이 각하된 이유
이 판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피해자 중 두 명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형사 절차 안에서 간이한 방식으로 손해배상까지 받아낼 수 있는 제도다. 법원은 두 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
여러 공범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공범 간 내부적 분담 비율과 실질적 손해액을 특정하기 어려워 배상명령이 각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 책임 범위를 형사재판 안에서 간이하게 확정하기 어렵다는 한계와 맞닿아 있다.
가해자를 처벌받게 하는 것과 보낸 돈을 실제로 돌려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형사책임은 인정됐지만, 피해자별로 누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까지 형사재판에서 확정되지는 않았다. 양형 이유에도 회복되지 않은 피해액이 아직 상당하다는 취지가 남아 있다.
배상명령 각하가 회수 불가능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는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금이 그대로 묶여 있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피해회복을 노리는 2차 사기
그래서 피해회복 과정에서 다시 사기를 당할 위험도 있다. 이 사건 피해자 넷 중 한 명은 나머지와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리딩 피해당한 것에 대해 보상해주겠다.”
“곧 증자를 할 예정인데, 손실금으로 비상장 주식을 싸게 매수할 수 있게 해주겠다.”
이 피해자는 이전에 다른 투자 리딩방 사기를 이미 겪은 상태였다. 조직원들은 그 이력을 정확히 노렸다. 실제로는 리딩업체의 보상 담당자도 아니었고 증자 계획도 없었지만, 이 피해자는 두 차례에 걸쳐 4,5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

한 번 사기를 당한 사람은 피해 회복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오히려 경계심이 낮아진다. 최근에는 피해자 커뮤니티나 공유 게시글에서 연락처를 확보해 동료 피해자나 피해 회복 대행을 자처하며 접근하는 수법도 확인된다. 이 판결의 네 번째 피해자는 그 수법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기존 피해액을 보상해주겠다며 비상장주식이나 코인을 다시 사라고 하거나, 회수 수수료·보증금 명목의 선입금을 요구한다면 추가 송금부터 중단해야 한다.
실제로 금융투자 손실을 보상해준다며 접근한 뒤 비상장주식 매수를 유도하는 방식은 별도로 경고돼 온 전형적인 2차 피해 수법이다. 손실을 본 뒤 재가입을 권유받고 결국 연락이 끊긴 사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판결을 뒷받침한 증거자료
피해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도 중요한 증거가 됐다. 이 판결에서 유죄를 뒷받침한 증거 목록은 의외로 단순하다.
피해자들이 제출한 예금거래내역서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확인한 수사자료
송금 일시·계좌·금액을 정리한 표
판결문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는 분 단위까지 송금 시각을 특정하고 있다.
문자와 카카오톡은 일부 문장만 캡처하지 말고 상대방의 연락처·프로필과 대화 전후가 보이도록 남겨두는 것이 좋다.
송금 자료도 금액만 기록하지 말고 송금 일시, 입금계좌, 예금주, 금액이 함께 보이는 자료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상장 예정”, “재매입”, “원금 보장”, “최소 1,000주”처럼 송금을 결정하게 만든 말은 따로 표시해두는 편이 좋다.
비상장주식사기 피해자의 대응
아직 송금 전이라면
최소 구매 수량과 재매입 약속이 나오는 순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최소 구매 단위나 재매입 약속은 예외 없이 이 사건과 같은 유인 구조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미 송금했다면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 송금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두는 작업이 형사 고소와 민사청구를 함께 검토하는 출발점이 된다.
피해회복·보상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추가 송금 전에 기존 사건의 대리인이나 수사기관을 통해 상대방의 신원과 사실관계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민사소송으로 실제 회수되나
형사판결로 사기 범행이 확인됐더라도 실제 회수에서는 별도의 문제가 남는다. 조직원 가운데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이미 변제되거나 공탁된 금액은 얼마인지, 판결을 받은 뒤 집행할 재산이나 채권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투자사기 피해회복은 ‘유죄를 받을 수 있느냐’와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있느냐’를 나눠서 검토해야 한다.
법무법인 이현 형사팀은 비상장주식사기를 포함한 조직적 투자사기 사건에서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한다.
이 판결이 보여주듯, 배상명령이 각하되더라도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피해금 회복 가능성을 끝까지 따져보는 것이 실제 회수 여부를 가른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중 일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