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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 지났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실제 사례
피해자

성범죄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 지났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성범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을까요. 법이 정한 기한은 두 가지입니다.

피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그리고 피해를 입은 날로부터 10년. 이렇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을 '소멸시효'라고 부릅니다. 기한이 지나면 청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숫자만 보면 오래전에 입은 피해는 이미 늦은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가 그렇게 단정하고 포기합니다. 그런데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3년과 10년이 언제부터 세기 시작하는지는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정리합니다.

핵심 요약

  • 기본 기한: 안 날부터 3년, 피해일부터 10년 (민법 제766조)

  • 증상(PTSD 등)이 뒤늦게 나타났다면 → 10년은 증상이 실제로 나타난 날부터

  • 위법한 가해행위와 손해를 뒤늦게 구체적으로 인식했다면 → 3년은 그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알게 된 날부터

  • 미성년 때 피해라면 → 시효는 성인이 될 때까지 멈춰 있음

  • 형사처벌 기한(공소시효)이 지났어도, 배상 청구는 별개로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이 계산 시작일을 통념보다 늦은 시점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피해로부터 14년이 지난 청구를 받아들인 판결도 있습니다. 시효가 지났는지는 계산해 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 원칙과 세 가지 예외 상황을 차례로 확인하세요.

성범죄 손해배상 소멸시효 원칙: 배상 청구 기한은 3년과 10년

민법 제766조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을 두 갈래로 정합니다. 성범죄 피해도 민사적으로는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3년: 피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피해자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피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입니다(제1항). 짧은 기한이라 '단기소멸시효'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안 날’은 피해자가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나 정확한 죄명까지 알게 된 날을 뜻하지 않습니다. 위법한 가해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으며,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를 의미합니다.

10년: 피해를 입은 날부터

법 조문상으로는 '불법행위를 한 날', 쉽게 말해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입니다(제2항). 긴 기한이라 '장기소멸시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날짜도 기계적으로 세지 않습니다.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과 그로 인한 피해가 실제로 나타난 날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날짜를 기계적으로 세지 않을까

성범죄 피해에는 다른 사건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피해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가 수년 뒤에야 마음의 병이 나타나기도 하고,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이 범죄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특징이 인정되는 사건에서 시효의 계산 시작일(기산점)을 뒤로 미뤄 왔습니다. 상황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성범죄 소멸시효 기산점 3가지 예외

경우 ①: 증상이 뒤늦게 나타났다 → 10년은 '증상이 나타난 날'부터

어떤 상황인가

피해 당시에는 뚜렷한 증상 없이 지내다가, 수년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정신적 피해가 나타난 경우입니다.

외상에 의한 증상은 보통 사건 직후에 나타나지만, 6개월 이상 지나서야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학에서는 이를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 법원이 판결에서 직접 인정한 의학적 사실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가해행위와 피해 발생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는 사건에서, 10년의 계산 시작일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피해가 실제로 나타나 확인된 날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실제 사건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14년 뒤 길에서 우연히 가해자와 마주쳤고, 그 후 PTSD 진단을 받아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가 실제로 나타난 시점, 즉 진단 무렵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해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가해행위로부터는 14년이 지났지만, 피해가 나타난 날을 기준으로 하면 기한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14년 뒤 성범죄 손해배상을 받은 판결문

지금 준비할 것

이 판단 기준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가 언제 나타났는지를 자료로 증명해야 하고, 위 사건에서도 정신과 진단과 진료 기록이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뒤늦게 증상이 나타났다면 지금이라도 진단을 받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경우 ②: 범죄인지 몰랐다 → 3년은 '범죄임을 알게 된 날'부터

어떤 상황인가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나 관계에서 오는 힘(위력)을 이용한 성범죄가 대표적입니다. 직장 상사, 소속 단체의 대표, 지도자와 같은 관계에서 벌어지는 피해입니다. 피해자는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이 법적으로 처벌받는 범죄라는 사실은 모른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3년의 계산이 시작되는 '안 날'은 피해 사실을 기억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까지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알게 된 날을 뜻합니다.

이 점을 정면으로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 극단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청소년 단원을 추행하고 간음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같은 극단의 동료가 비슷한 피해를 폭로하는 것을 본 뒤에야, 자신이 겪은 일이 범죄라는 확신을 갖고 수사기관에 진술했습니다.

가해자 측은 "피해자가 성인이 된 2013년부터 3년이 지났으니 늦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형사재판에서 끝까지 "합의된 관계였다"며 범행을 부인한 점 등을 고려해,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뒤에야 피해자가 범죄임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본 것입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6384 판결).

대법원은 이때 살펴볼 요소도 제시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인식하고 법적 절차를 밟게 된 과정과 시점, 가해자가 사실을 부인하며 다투는지,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했는지, 형사재판이 심급마다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입니다.

성범죄 손해배상 소멸시효의 기산점 기준

지금 준비할 것

범죄임을 알게 된 계기와 시점을 보여줄 자료를 정리하세요. 형사 고소·재판 기록, 관련 보도를 접한 시점, 상담 기록 등이 해당합니다. 관련 형사재판의 유죄판결일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건별 판단이며, 고소나 수사기관 진술 시점 등 더 이른 때부터 3년이 진행한다고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사청구를 미뤄서는 안 되고, 별도로 시효 중단 조치를 검토해야 합니다.

경우 ③: 미성년 때 피해다 → 성인이 될 때까지 시효가 멈춘다

어떤 상황인가

피해 당시 만 19세 미만이었던 모든 성적 피해 사건입니다. 이 경우는 판례를 따질 필요 없이 법 조문이 직접 보호합니다.

조문의 내용

새로 만들어진 민법 제766조 제3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배상 청구 기한은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예 흘러가지 않습니다. 3년과 10년 모두 성인이 된 날부터 세기 시작합니다.

이 조항이 생긴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의 피해가 알려질까 봐 청구하지 않으면, 피해자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기한이 지나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년이 된 이후에는 10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안 시점이 더 늦다면 그때부터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과거 사건에도 적용될까

법 시행에 따른 경과규정(부칙)이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2020. 10. 20. 이전에 발생한 피해라도, 그 시점에 아직 시효가 끝나지 않았다면 이 조항이 적용됩니다. 반대로 그 시점에 이미 시효가 끝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사건도 경우 ①·②의 기준으로 계산 시작일 자체를 다시 따져볼 여지가 남습니다.

내 사건은 기한이 남았을까: 상황별 확인 순서

지금까지의 기준을 상황별로 대입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1. 피해 당시 미성년이었다 → 성년이 될 때까지는 3년·10년의 시효가 진행하지 않습니다. 성년 이후에는 장기소멸시효와 별도로, 손해 및 가해자를 실제로 안 시점을 기준으로 3년의 기산점을 검토해야 합니다.

  2. 성인이 된 후, 또는 최근에야 PTSD 등 증상이 나타났다 → 진단으로 피해가 확인된 시점이 10년의 시작일이 될 수 있습니다.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확보하세요.

  3. 최근에야 그것이 범죄였음을 알게 됐다 → 확실히 알게 된 시점부터 3년입니다. 알게 된 계기를 정리하세요.

  4.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 유죄판결 시점이 배상 청구 기한의 시작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공통 조건은 증거입니다. 시작일을 늦추는 판단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 쪽에서 피해가 나타난 시점이나 범죄임을 알게 된 시점을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내 사건의 정확한 기한이 궁금하다면 법무법인 이현으로 연락주세요. 정확한 기한을 아는것 부터가 대응의 시작입니다.

형사처벌 기한이 지났어도 배상 청구는 별개입니다

"공소시효가 끝났으니 아무것도 못 한다"는 오해가 많습니다. 공소시효는 국가가 가해자를 재판에 넘겨 처벌할 수 있는 기한이고, 이 글에서 다룬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돈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기한입니다. 둘은 별개의 제도입니다.

구분

공소시효

소멸시효

무엇의 기한인가

형사 — 국가가 처벌할 수 있는 기한

민사 —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

근거 법

형사소송법, 성폭력처벌법 등

민법 제766조

지나면

재판에 넘기거나 처벌할 수 없음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사라짐

계산 시작일

원칙적으로 범죄가 끝난 때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3년) / 불법행위를 한 날(10년) (※ 성범죄의 경우 판례에 의해 예외적으로 늦춰질 수 있음)

자주 묻는 질문

Q. 성폭력 피해 후 10년이 지났는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가요?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10년의 기한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피해가 실제로 나타난 날부터 계산됩니다. 피해 후 뒤늦게 PTSD 진단을 받았다면 진단으로 피해가 확인된 시점이 시작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진단서, 진료 기록 등 피해가 나타난 시점을 보여줄 자료가 필요합니다.

Q. 당시에는 그게 범죄인지 몰랐습니다. 기한은 언제부터인가요?

3년의 기한은 그 행위가 범죄이고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알게 된 날부터 계산됩니다. 지위나 관계를 이용한 성범죄처럼 범죄인지 알기 어려운 사건에서, 대법원은 형사재판 유죄판결이 선고된 날을 그 시점으로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알게 된 계기와 시점을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Q. 미성년 때 피해를 입었고 지금 성인입니다. 청구할 수 있나요?

민법 제766조 제3항에 따라 미성년자가 입은 성적 피해의 배상 청구 기한은 성인이 될 때까지 흘러가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날부터 3년·10년을 계산하면 됩니다. 이 조항은 2020. 10. 20. 당시 기한이 끝나지 않은 사건에도 적용되며, 그 전에 기한이 끝난 사건은 피해가 나타난 시점·범죄임을 안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기한이 지났는지, 혼자 단정하지 마세요

성범죄 손해배상의 기한 다툼은 달력 계산이 아니라 시작일을 어디로 보느냐의 싸움입니다. 가해자 측은 언제나 가장 이른 날짜를 주장하고, 피해자 측은 피해가 나타난 시점과 범죄임을 알게 된 시점을 증거로 맞서게 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시작일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피해 시점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기 전에, 진단 기록과 알게 된 경위를 정리해 변호사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사건 유형에 맞는 변호사를 찾는 기준은 성범죄 변호사 선임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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