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됐다면? 실제 판례 3건이 보여준 처벌 이유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결과는 실형, 무죄, 벌금형으로 갈렸습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 최근 선고된 세 건의 실제 법원 판결로 짚어드립니다.
새벽 술집, 골프장, 클럽. 장소도 사람도 다르지만 세 사건의 출발점은 똑같았습니다.
순간의 신체 접촉 하나로 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한 명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한 명은 무죄로 풀려났으며, 또 한 명은 벌금 800만 원에 그쳤습니다.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관계 그 자체보다, 진술의 신빙성과 대응 전략이 결과를 갈랐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을 이해하는 것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강제추행이란 무엇인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성립하며,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게 붙잡거나 위협해야 강제추행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리 법원은 이른바 기습추행, 즉 상대가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보고 강제추행을 인정합니다.
별도의 완력이나 협박이 없어도, 기습적인 추행 행위 그 자체가 곧 폭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입장입니다. 아래 세 사건이 모두 이 유형입니다.
1초의 접촉도 처벌되는지 등 구체적 판단 기준은 기습추행 처벌 수위와 대법원 판례 총정리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처벌 문턱이 한 단계 더 낮아졌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에는 위에서 본 기습추행형 외에, 폭행·협박을 먼저 가한 뒤 추행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종래 대법원은 이 경우 폭행·협박이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으나,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로 이 기준을 40여 년 만에 완화했습니다.
이제는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 해당하는 정도의 물리력이나 협박만 있어도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즉, 과거보다 강제추행이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강제추행 실형 사례: "기억이 안 난다"는 왜 통하지 않았나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4. 8. 30. 선고 2024고단1244 판결 (징역 1년)
새벽 3시 무렵,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술집에서 다른 여성 손님들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 마음대로 앉았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48세)이 이를 제지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의 뒤를 지나가면서 갑자기 손을 피해자의 허벅지 사이로 넣어 신체를 쓸어 올렸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의 방어는 단순했습니다.
"술에 많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증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핵심 이유는 이렇습니다.
증인들이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고,
증인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것.
여기에 더해 결정적인 가중 사유가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미 2023년 클럽에서 여성 2명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법원은 "죄책이 무겁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실형을 택했습니다.

이 사건이 말해주는 것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은 방어가 되지 못합니다.
피해자·목격자 진술이 일관되고 허위 진술의 동기가 없다면 유죄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을 때 강제추행 대응법).
그리고 동종 전과,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은 벌금형이 아닌 실형으로 직결되는 가장 강력한 가중 요소입니다 (강제추행 재범 시 형량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강제추행 무죄 사례: 피해자 진술이 흔들릴 때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 2. 19. 선고 2024고단2087 판결 (무죄)
골프장 캐디(22세)가 같은 날 두 차례 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입니다.
검찰은 ▲티박스에서 손을 약 1분간 주무르듯 만지고 ▲약 150m 떨어진 지점에서 엉덩이를 문지르듯 만졌다며 강제추행으로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결정적 약점이 있었습니다. 유일한 직접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뿐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이런 경우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피고인이 일관되게 부인하고 직접증거가 사실상 피해자 진술뿐인 경우, 유죄로 인정하려면 그 진술이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을 갖춰야 한다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등.
변호인은 바로 이 진술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공략했습니다. 그리고 진술의 균열이 드러났습니다.
손 추행:
수사기관에서는 "내 오른손을 잡고 1분가량 주물렀다"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엄지손가락으로 손가락과 손톱을 만졌다"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사건 당일 남자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에는 "손 계속 만지작" 정도로 적혀 있어, 수사기관 진술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드러났습니다.
엉덩이 추행:
당일 카톡에는 "지나가면서 손으로 내 엉덩이 스침"이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수사기관에서는 "손바닥 전체로 오른쪽 엉덩이부터 왼쪽까지 문지르듯 만졌다"로 부풀려졌습니다.
법정에서는 다시 "손등으로 스치듯 만진 것 같다"로 번복됐습니다. 추행의 강도와 방법,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이 계속 달라진 것입니다.
동선:
피고인이 카트로 돌아와 클럽을 건네준 뒤 지나갔다면 피해자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오른손으로 오른쪽 엉덩이에서 왼쪽 엉덩이까지 만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합리성·객관적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신빙성을 부정했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이 말해주는 것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 진술이 수사·재판 단계마다 달라지거나 객관적 정황(메시지, 동선, CCTV)과 어긋나면 무죄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저절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수사기록 전체를 대조해 진술의 변화와 모순을 체계적으로 짚어내는 변호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피해자 진술뿐일 때 불송치·무죄를 받는 대응 전략).
특히 CCTV 열람으로 성추행 누명을 벗는 방법이나, 고소 자체가 허위라면 무혐의 후 강제추행 무고로 맞고소하는 절차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 벌금형 사례: 유죄지만 실형은 면한 이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3. 25. 선고 2025고정91 판결 (벌금 800만 원)
클럽에서 두 명의 여성을 추행한 혐의입니다. 피고인은 한 여성의 신체 주요 부위를, 또 다른 여성의 옆구리와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두 번째 피해자가 "만지지 마세요"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주변에 머물다 다시 추행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피고인의 방어는 "피해자들이 범인을 착각(오인)했다. 나는 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어두운 클럽 안이라 동일인 오인 주장은 자주 나오는 항변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객관적 증거가 너무 많았습니다.
클럽 2층·3층 CCTV 영상이 분석됐고,
피해자 중 한 명은 추행 직후 현장에서 직접 피고인을 붙잡아 실랑이를 벌였으며,
클럽 가드가 그 피고인을 현장에서 넘겨받았고, 피고인이 도망치려다 붙잡히기까지 했습니다.
피고인은 당시 눈에 띄는 외모여서 다른 사람과 혼동될 여지가 적었습니다.
법원은 오인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양형(형을 정하는 일)에서 초범인 점은 유리하게 작용한 반면, 전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하게 고려해 징역형이 아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이 말해주는 것
CCTV·현장 검거·목격자가 갖춰지면 '오인'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초범이라면 실형이 아닌 벌금형의 여지가 열립니다(합의가 결렬돼도 벌금형으로 마무리한 준강제추행 사례).
여기서 반성과 합의(피해자의 용서)가 형량을 더 낮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지렛대인데(성범죄 합의가 어려울 때 실형을 피하는 방법), 이 사건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경우입니다.

강제추행 처벌 수위를 가른 4가지 변수 (실형·무죄·벌금)
변수 | 실형 (판례①) | 무죄 (판례②) | 벌금형 (판례③) |
|---|---|---|---|
핵심 증거 | 일관된 증인 진술 | 피해자 진술이 유일·번복 | CCTV·현장검거·다수 목격자 |
진술 신빙성 | 인정 | 부정 → 무죄 | 인정 |
전과 | 집행유예 중 동종 재범 | — | 초범 |
반성·합의 | — | — | 반성·합의 없음 |
정리하면, 강제추행 사건의 결과는 다음 네 가지에서 결정됩니다.
피해자·목격자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축입니다. 진술이 유일 증거인데 흔들리면 무죄의 문이 열립니다.
CCTV·메시지·동선 등 객관적 증거가 진술과 맞아떨어지는가
전과, 특히 동종 전과나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인가: 실형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진지한 반성과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졌는가: 형량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

유죄가 되면 따라오는 것들: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이수명령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 외에도 여러 부수처분(형벌에 더해 부과되는 조치)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의무: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42조·제43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어 관할 경찰관서에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합니다. (세 사건 모두 적용)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통상 40시간 등이 부과됩니다.
취업제한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 관련기관 등에 취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차등, 최대 10년 / 판례①은 5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일정 요건에서 신상정보가 공개·고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취업제한과 공개·고지 명령은 모든 사건에 무조건 부과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 판례 중 벌금형 사례 에서는 법원이 범행의 경위·태양, 재범 위험성, 그로 인한 불이익과 부작용 등을 따져 취업제한과 공개·고지를 모두 면제했고, 실형 사례에서도 공개·고지 명령은 면제됐습니다 (다만 취업제한 5년은 부과).
즉, 이 부수처분의 부과·면제 여부 자체가 변론으로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형량만큼이나 내 일상과 직업에 남을 흔적을 줄이는 변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내 사건은?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진순 구조와 증거, 전과, 합의 여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사실 관례를 정리해 상담받으면, 지금 단계에서 다툴 수 있는 부분과 줄일 수 있는 처분이 분명해집니다.
강제추행 FAQ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러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주장만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목격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그 자체로 유죄의 핵심 증거가 되고, 술에 취했다는 사정이 형을 가볍게 해 주지도 않습니다.
가볍게 스친 정도인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상대가 저항할 틈 없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기습추행'을 폭행으로 보아 강제추행을 인정합니다. 다만 추행의 강도와 부위는 양형에 영향을 줍니다.
피해자 진술밖에 없으면 무죄가 되나요?
가능성은 있지만 자동은 아닙니다. 피해자 진술이 수사·재판 단계마다 번복되거나 카카오톡·CCTV 같은 객관적 정황과 어긋나는 점이 입증돼야 무죄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진술 번복을 근거로 무죄가 선고된 강제추행 사건이 있으며, 이런 모순을 짚어내는 체계적인 변호가 전제됩니다.
초범이면 벌금형으로 끝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범인 점은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반성하지 않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벌금형이라도 액수가 올라가고 부수처분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동종 전과가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면 실형 가능성이 커집니다.
합의를 하면 무조건 처벌받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은 친고죄(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가 아니므로, 합의해도 공소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진지한 반성은 형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요소입니다. 합의 시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기재사항이 있으니 강제추행 합의서 작성 가이드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는 형사공탁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 초기 대응이 결과를 바꿉니다
세 판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합니다. 같은 혐의라도 진술 분석, 증거 검토, 양형 변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형과 무죄, 벌금형이 갈립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수사 초기 단계의 진술과 대응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특히 ▲진술이 유일 증거인 사건에서 신빙성을 다투어야 하거나 ▲동종 전과로 실형이 우려되거나 ▲합의·반성으로 형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건 초기부터 형사 전문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기록 전반의 진술 분석과 양형 변론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제시합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상담을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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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감수 | 법무법인 이현 형사전문 황휘건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4고단1244,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고단2087,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고정91)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